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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가을 블로그

리뷰2022년 11월 05일--views

[도서 리뷰] 나는 나, 엄마는 엄마

엄마와 딸의 관계를 바꾸는 (이라는 홍보문구지만, 바꾸라는 말을 쉽게 하지 않는) 사회심리학

나는 나, 엄마는 엄마 도서 앞모습

친구가 엄마와의 갈등이 있었습니다. 필자는 딱히 부모와 큰 갈등을 겪어본 적은 없었기에, 적극적으로 공감해줄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 점을 빼더라도, 모자와 모녀라는 관계는 꽤나 달라보이기도 했습니다.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정도로 갈등이 심각한 건 아니었지만, 갈등을 또 언제까지나 덮어두고 회피할 수도 없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책을 찾았고, 제일 먼저 나오는 책이 <나는 나, 엄마는 엄마> 였습니다. 별점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알라딘 우주점으로 시켰습니다.

그리고 총 10개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6개는 엄마와 갈등을 겪고 있는 딸의 이야기고, 그 중 4개 이야기에서 엄마의 입장을 풀어서 총 10개 입니다. 책의 내용 중 한 40% 정도는 사례 이야기입니다. 솔루션을 빠르게 얻고 싶다면, 사람들의 이야기가 꽤 많이 차지하는 구성이 맘에 들지 않을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꽤 다양한 유형이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사례가 사례인지라, 좀 극단적인 엄마들도 있었습니다.

이론적인 내용은 크게 없습니다. 저자는 여성 심리 전담 상담사이며, 심리 연구를 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사회조사나 실험조사 같은 내용은 없습니다. 사회가 강요하는 여성의 역할에 대해서 분량이 좀 할애되기는 하지만, 여러가지 근거를 가지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 사회학적인 책이라기 보다는 좀 더 지침서에 가깝습니다. 조금 더 사례 소개로 어떤 조언들을 해줍니다. 어려운 내용이 별로 없어서 술술 읽혔습니다. 한 3~4시간이면 충분히 다 읽어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론적인 부분이 등장하기는 하나, 크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2개의 축으로 총 4개의 영역을 나누어 케이스를 설명합니다. 첫 번째 축은 딸이 엄마를 대하는 태도입니다. 엄마의 행동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느냐(수용), 혹은 엄마의 행동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비수용)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 축은 딸이 느끼는 엄마의 강력함(?) 입니다. 엄마가 딸에게 권력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지, 혹은 엄마가 딸에게 의존하는지를 딸 입장에서 느끼는 척도입니다. 이러한 설명은 아주 복잡하고 다양한 케이스들을 적절한 수준으로 요약하고 추상화해줘서 좋다고 느껴졌습니다.

일본에서 쓰여진 책이라 등장인물들 이름 또한 일본식입니다. 너무 당연하죠. 근데 이게 기억이 좀 힘들었습니다. 사례 이야기 이후 저자가 막 설명할 때, 이야기에서 등장했던 딸과 엄마의 이름이 계속 등장하니 좀 헷갈렸습니다. 사람들의 이름을 곱씹으면서, 기억이 안난다면 이전으로 돌아가 어떤 이야기였는지 잠시 보는 등 천천히 보는 걸 추천합니다.

후반부에 조언이 몰아져 있습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조언은, "엄마의 불행에 책임감 느끼지 않기" 입니다. 이는 아들에게도, 아빠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말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대응되는 조언이 부모 입장에서도 있는데, "자기 인생에 책임감을 느낀다." 입니다. 근데 이건 정말 어렵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식이 조금 더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대다수의 부모가 깊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필자라 해도 언젠가 아들이 생겼는데 막 오토바이 타고 문신하고 극단적으로 논다고 하면 마음이 찢어질 것입니다. 그 마음 때문에 자식에게 계속 관여하려고 하고 부모와 자식간의 갈등이 지속됩니다. 그런 마음이 있다는 걸 자식 또한 알기에,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그래서 서로를 떨어뜨려 놓는 것이 가장 핵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를 변화시키라는 말은 없어서 좀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대화의 가능성이 없고 폭력적인 엄마는 관계를 끊고 너를 지지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라고 하는 것도 좋았습니다. 조언들은 제 기준에서는 전부 합리적이었습니다.

총평은 "읽어볼 만 하다" 입니다. 그러나, 정말로 당장 해결해야 할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면 이 책으로는 충분치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갈등의 이야기는 사람마다 형태가 너무나도 달라서, 거기에 대한 해결책은 전문가와의 상담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조금 더 일반론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자칫 누구나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길이도 적당하고, 여러 사례도 접할 수 있고 그래서 종합적으로 봤을 땐 좋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