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꺾였지만 그냥 하는 마음
제가 블로그에 글을 쓰고자 하는 이유, 글을 쓸 때 어떻게 쓰는지에 대해 그냥 써봤습니다.
글을 열며
아마 지금까지 쓴 블로그 글 중 가장 양다리로 걸쳐져 있는 글이 될 거 같습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조목조목 읽혀져버릴 글과 쇼중한 내 다이어리에 빼곡빼곡 써넣는 비밀글의 특징을 모두 갖게 될 것입니다. 이 글을 쓰게 된 수많은 트리거 중 가장 강력했던 게 다음 댓글이었습니다.
댓글은 항상 뿌듯합니다. 다만 좀 특이합니다. 글 자체가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글이 재밌다
라든지 빠져든다
라는 평가는 좀 신선합니다. 아무래도 글을 제멋대로 쓰는 제 취향과 맞아떨어져버린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한참 옛날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을 처음 읽었을 때 다소 충격을 받았는데, 그 느낌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그때 밀란 쿤데라라는 사람도 궁금해져서, 더욱 찾아보고 그랬어요.
이 글은 저라는 사람에 대해 더욱 찾아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글입니다. 이 글은 공적인 글 중에서는 가장 사적인 글입니다.
직장 동료
두번째 트리거는 직장 동료와의 대화였습니다.
얼마전 직장 동료들과 술을 마셨습니다. 저와 동년배라 술이 홀홀 잘 들어갔죠. 그러다가 블로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저는 블로그 글을 종종 쓴다 했습니다. 나머지 두 명은 쓰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P는 필요성을 느끼지만 안쓴다고 하고, J는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좀 신기했습니다.
P: 블로그를 하지 않지만, 할 계획이다. 커리어를 증명하는 데 있어 블로그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J: 블로그 하지 않고, 앞으로도 할 생각 없다. 글을 잘 쓰지도 못한다. 면접에서 나의 역량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다.
나: 블로그가 커리어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음…
동료들은 필요성에 의해 블로그를 해야 할지, 할 필요가 없을지를 논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커리어 때문에 블로그를 해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커리어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는 동료들을 보니, 나는 커리어에 대해 그렇게까지는 숙고하고 있지 않았구나 하는 깨달음이 왔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왜 글을 쓰고 앉아있을까요? 음… 지금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은 앞서 이야기했던 뿌듯함과 몽글몽글함이네요.
삶자취
그렇다면 저는 댓글의 칭찬 때문에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일까요?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글쓰기 자체로도 제겐 의미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삶자취를 남기기 때문입니다. 내가 옛날에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시간은 한번 흘러가면 땡이지만, 글은 그 때의 생각을 사진처럼 남겨놓습니다. 과거의 나는 현재의 나와 분명히 다르지만, 글은 타임머신처럼 동작하여, 그 때의 나와 대화할 수 있게 합니다. 기분이 정말 요상합니다. 12년 전 빡빡머리 중학생 시절, 일본 애니 후기를 썼었네요. https://ezkorry.tistory.com/41. 졸업사진을 보듯 얼굴이 조금 화끈거리지만, 귀엽기도 하고, 어떤 통찰을 줍니다. 지금과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이 모두 보입니다.
이러한 기능은 사실 일기에서 극한을 찍습니다. 일기는 굉장히 raw 합니다. 가감없이 최대한 투명하게 쓰려고 노력합니다. 사건을 세세하게 쓰며,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막 풀어놓습니다. 마치 내 뇌를 복사해놓는 것처럼… 혼돈의 도가니죠. 보통 일기는 좀 슬프거나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쓰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편향이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가까운 친구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뭔가를 할 때 의미를 좀 따지는 편입니다. 제게 의미
에 있어서 찬밥 신세인 것들이 몇 개 있는데요, 음, 예를 들면, 유튜브는 눈으로 핥아대기만 해서 그 기억은 일주일도 채 가지 않습니다. 단순히 소비만 하는 활동은 의미가 없습니다. 롤을 주구장창 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실력을 올리기 위해 이런저런 전략을 시도해보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킬을 따내는 그 순간의 쾌락을 소비하기 위한 의미없는 시간이었습니다. 만약 글쓰기가 '칭찬 받는 재미'만 있고 의미가 없는 활동이었다면, 저는 글을 쓰는 내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을까요.
깊음
댓글 보는 걸 좋아하고, 기록 남기는 걸 좋아한다면, 그냥 유튜버를 하면 될 것이 아닌가? 할 수도 있는데요. 제겐 글이라는 매체를 좀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유튜브에는 없고 글에는 있는 글만의 특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바로~~! 깊어지기 쉽다는 것입니다.
일단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은 제 인생에서 지금까지 꽤 강력하게 동작했습니다. 깊다
는 게, 일반적인 대화주제로서는 좀 축축하고 음침한 것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자면 죽음, 병, 국가, 관계, 도덕, 슬픈 일, 미친 짓거리 등등이 만찬으로 딱 등장하겠죠. 습관처럼 가볍게 하는 생각이 다음과 같아요.
나는 오늘 당장 귀가하다가 급발진 일어난 자동차가 나를 덮쳐 몸통 째로 건물에 처박혀 개죽음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오늘을 즐기면서 살자.
이런 이야기들은 쉽게 하지 못합니다. 가끔 같은 성향이 비슷한 사람과 만났을 때 신나게 떠들기는 해요.
이런 이야기를 그나마 쉽게 할 수 있는 방법…? 여러 매체를 생각합니다. 음악, 기사, 방송,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일기장, 영상, 글, 팟캐스트, 친구들과 노닥거리기, 디씨에 똥글 쓰기 등등…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미디어가 있는데, 제 사적인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가장 좋은 건 일기였고, 그 외에 공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건 블로그였습니다.
물론 유튜버나 SNS가 깊지 않다는 건 아닙니다. 영상 매체는 깊어지기 위해서 공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들여야 한다는 점이 크게 걸렸고, SNS는 그런 이야기를 할 만한 분위기가 아닌 느낌이었습니다. 내가 블로그에 글을 써놓고 있으면, 기어이 그런 글을 읽고 싶은 사람이 들어옵니다. 누군가 방문한 시점부터 암묵적 합의를 한 기분입니다.
깊다
고 해서 마냥 깊진 않습니다. 철학적인 이야기든, 기술적인 이야기든, 적당히 깊을 뿐입니다. 더욱 깊이 파고 들고 싶은 욕구는… 있긴 하지만… (니체의 철학이 담긴 저서나 운영체제의 원리가 빼곡히 쓰여진 책을 탐독하는 등) 손톱만큼의 퀄리티 향상을 위해 열배 더 드는 노력을 하고 싶진 않습니다.
효율성
글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할 때 효율성도 빼먹을 수 없죠.
글은 cmd
+ f
로 원하는 내용에 바로 찾아갈 수 있습니다! 영상에서는 할 수 없죠. 새로운 기술을 익힐 때에도 대체로 블로그 글을 찾아보거나 문서를 읽거나 ChatGPT 에게 물어보는 편입니다. 인터넷 강의는 거의 보지 않습니다.
블로그에 관하여 (기술적인 이야기)
블로그는 아래와 같은 순서로 옮겼습니다.
- 티스토리
- 워드프레스
- 자체 개발 (Next.js)
티스토리를 시작했을 당시 (2010년대 초반) 누구나 티스토리에 가입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첨부파일에 관한 제약이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의 블로그라는 장점이 컸습니다. 그걸 악용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았죠. 그래서 진정성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사람들만 가입하라는 취지로 초대장 시스템이 운영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첨부파일 용량 무제한이 제게 큰 장점은 아니었지만, 그냥 가장 자유롭다는 타이틀이 저에겐 멋져보였습니다. 스킨도 자유롭게 꾸밀 수 있구요! 여러가지 시도를 해봤던 걸로 기억하네요. 그때 블로그를 만지면서 html, js, css 등등을 자연스럽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워드프레스로 옮긴 이유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더 큰 자유를 갈망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확인해보니 가장 옛날 글이 2019년이네요.) 직접 하는 운영
이라는 것이 가져다주는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열심히 플러그인을 찾아서 갖다붙였죠. functions.php
파일을 열심히 커스텀하며 워드프레스 생태계를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어느날을 기점으로 사이트 속도에 집착하게 되어서 플러그인을 최대한 빼버리는 식의 태세전환도 했습니다. 그러다, 마이크로태스크 등등을 설명하는 글을 보고서는 좀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내가 원하는 컴포넌트를 글에 삽입한다니! 나도 그렇게 하고 싶은데, 워드프레스에서 하기엔 좀 어려웠습니다. 직접 만드는 게 좋겠다 생각했죠.
Next.js를 하고, Vercel 에 배포하면 쉽겠다. 그리고! Slate 라이브러리로 나만의 에디터를 만들자! 그렇게 마음을 먹었건만, 에디터를 커스텀한다는 건 온 일생을 걸어도 될까말까한 큰 작업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마치 인디게임을 만드는 것처럼, 모든 분야에 통달해야 이를 수 있는 경지로 느껴졌습니다.) 시간을 좀 투자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Next.js App Router 를 이용하되 MDX 를 활용하여 직접 파일로 글을 쓰려고 합니다. Admin 단을 전부 다 덜어내자는 결심을 한 셈입니다. 글 자체를 쓰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요.
제가 원한다면, 아래와 같은 컴포넌트는 이제 자유롭게 만들 수 있죠! ㅎㅎ
글을 쓰는 태도
블로그 글은 일기와 명백히 다릅니다.
20대 초반 시절 다녔던 글쓰기 모임을 다녔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모였습니다. 목표는 한 사람당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10개의 글 꼭지를 만들어내는 것이었습니다. 일주일에 글 하나를 쓰는 건 아니었고, 일주일 동안 써온 글을 가지고 5~7명이서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글의 어떤 부분이 개선되면 좋을지를 토론했습니다. 주제는 제한이 없었습니다.
읽히는 글을 더 잘 쓰는 방법은 여기서 많이 배웠습니다. 그때 만났던 형님 누나들을 이 자리를 빌어 (닿지는 않겠지만) 감사인사 드립니다. 읽히는 글은 읽기 쉬워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내 글의 독자가 되어야 했습니다. 역지사지를 제대로 실천했고, 공감력 수치가 이때 좀 높아졌을 거 같아요.
그때의 모임은 2~3년 정도 갔지만, 글을 쓰는 저는 계속 이 세상에 남아있네요. 그 이후로 글쓰기 모임을 가진 적은 없지만 최근에는 글또라는 모임에 들어가보고 싶은 마음이 피어오릅니다. 여하튼, 딱. 지금 시점에서. 제가 글을 어떻게 쓰는지 정리도 할 겸 공유드리겠습니다. 아래 내용들은, 제가 글을 쓸 때 그냥 머릿속으로 한번 더 떠올리게 되는 태도들입니다.
일단 시작하고, 여러 번 고치기
깊은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글을 쓰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네이버 블로그도 좋고 노트와 볼펜도 좋습니다. 저는 노션을 종종 선택합니다. 일단 뭐라도 쓰는 게 중요합니다. 도저히 뭐가 생각이 안 난다? 그냥 아~ 으아아아아 어… 음~ 으으으으 이런 신음소리라도 쓰세요.
글은 코딩과 비슷합니다. 어느정도 설계도 필요하지만 실제로 글을 쓰기 전까지 글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갈피를 잡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글의 제목으로 인해 글의 작업 범위는 어느 정도 설정됩니다. 그 안에서 자유롭게 뛰어놀면 되는 것입니다!
기승전결을 딱 설계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저는 큰 계획이나 생각 없이 일단 죽 써내려가는 스타일입니다. 글의 주제가 (지금 글처럼) 다소 어렵다면, 막 쓰다가 덜어내는 글도 많습니다.
맥락과 맞지 않는 내용은 덜어내기
중요한 건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더라도, 스토리와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React 에서 리렌더링을 얼마나 최적화해야 하는지
에 대한 생각을 적을 때에는, 무한 리렌더링이 일어나는 사례
를 굳이 소개할 필요는 없습니다.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릅니다. 앞은 퍼포먼스 튜닝과 관련된 이야기고, 뒤는 React 오용을 바로잡는 것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둘이 같은 글에 묶이려면, 그냥 React 리렌더링에 관하여
처럼 범위를 크게 잡아야 합니다.
맥락에 맞지는 않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건 분명하기 때문에, 글을 따로 저장해놨다가 나중에 새로운 글로 충분히 써먹을 수 있습니다. 덜어낸다
가 곧 글을 삭제한다
는 건 아니라서 아까워할 필욘 없습니다.
와닿는 예시를 생각하기
예전 글쓰기 모임에 다닐 때부터 인지한 제 습관인데요, 직업병일 수도 있는데요, 많은 것들을 추상화해서 일반적인 명제로 만들어버리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읽기 좋은 글"을 쓰는 데 별로 좋지 않은 습관입니다.
좋은 예시를 찾아보다, 제가 보는 뉴스레터의 글을 가져왔습니다.
'단순 반복 작업'이란 무엇일까요? '단순 반복 작업'과 '창조적인 작업'의 경계는 그렇게 무를 자르듯 나뉘는 것일까요? '단순 반복 작업'에서 우리가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버려버리면 그만일까요? 그런 중간 과정을 모두 없앤다면 생기는 문제는 없는 것일까요? 우리는 그런 세상에서 즐겁게 살 수 있을까요?... (…중략)
만약 연구자님이 오늘부터 방망이 1000개를 열심히 깎는다고 가정해봅니다. 그렇다면 과연 첫 번째 것과 1000번째 것을 만드는 방법이 같을까요? 또한 그 방망이들의 색깔과 모양은 모두 자로 잰 듯 똑같은 모양일까요? 아마도 만드는 과정에서 몰랐던 것을 알게 되기도 하고, 더 편하게 붙잡기 위해 예쁜 손잡이를 달거나 그냥 조금 재밌는 모양으로 만들어보는 등 다른 시도들을 하게될 것입니다. 만약 "'좋은 방망이'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면요.
미국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이 쓴 책 **<장인>**의 핵심 메시지는 **"'(단순) 반복 작업'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입니다. 반복 작업은 결코 '단순'한 것이 아니고, 사람은 반복 작업을 통해서 비로소 몸에 밴 지식을 얻고 독창적인 발견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죠.
출처: 인스피아 https://stib.ee/29M7
"(단순) 반복 작업이 단순하지 않는 이유는, 똑같아 보이는 각각의 시도에서 차이점을 인지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더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하는 것보다 위 글이 훨씬 낫습니다. 적당한 예시나 인용을 이야기하는 건 마음에 잘 다가갈 수 있죠.
구체적인 어휘를 발굴하기
위와 비슷한 맥락일 수 있어요. 좀 더 일반적인 어휘보다는 구체적인 어휘를 쓰는 게,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에 좋습니다. 예시들이 완전 적절한 건 아닌데, 그래도 참고 삼아 봐주시기 바래요.
"생각하다"를 지양합니다.
- 그들은 탈출을 생각하고 있었다. → 그들은 탈출을 꾸미고 있었다.
- 그는 이미 사퇴를 생각하고 있다. → 그는 이미 사퇴를 염두해두고 있다.
- 나는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의무라고 생각한다. → 열심히 자기 일을 하는 게 모든 사람의 의무라 믿는다.
"~것"을 지양합니다.
- 그러나 빠진 것이 있었다. 빠진 것이 아니라 내가 편식을 했던 것이다. 난 내가 듣고 싶었던 것만 골라 들었고 내가 생각하고 싶은 것만 상상을 했었다. → 지금껏 깨닫지 못한 나의 태도는 편식이었다. 내가 듣고 싶은 말만 골라 들었고, 내가 바라던 미래만 상상했다.
어려운 말 사용하지 않기
어려운 말은 대체로 풀어쓸 수 있습니다.
- 앗, 내가 확증편향에 빠져버렸군! → 앗, 내가 듣고 싶은 대로만 들었군.
- 캐시 적중률(hit ratio): 이 지표는 요청된 항목이 캐시에서 사용된 비율을 측정합니다. 캐시 적중률이 높을수록 캐시에서 더 많은 데이터가 제공되어, 외부 저장소에 액세스 할 필요성을 줄어들고 성능이 향상됩니다. → 캐시 적중률(hit ratio): 요청을 처리할 때 캐시가 얼마나 사용되는지에 대한 비율입니다. 캐시 적중률이 높을 수록 캐시를 더 많이 사용한다는 뜻이고, 외부 저장소에 접근할 필요가 없어 성능이 좋아집니다.
점점 적절한 예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좀 퉁칠 만한 소제목을 생각해보건대…
말하는 대로 쓰기
말하는 대로 쓰면 글 읽기가 더 편해집니다. 문어체와 구어체가 나뉘어져 있다고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문법도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아요. 특히나 기술적인 블로그일 수록 느낌이 딱딱해질 수 있어서, 그냥 느낌표(!
), 말줄임표(…
), 물결표시(~
) 등등을 많이 쓰는 거 같습니다.
예를 들기 위해 하이드레이션에 관한 글 꼭지를 가져왔습니다.
하이드레이션은 자바스크립트 프레임워크에서 페이지가 서버에서 렌더링된 이후에 브라우저에서 초기화되는 프로세스를 말합니다. 서버가 초기 HTML을 생성하면, 그 결과에 이벤트 핸들러를 붙이고 브라우저에서 인터랙티브하게 동작하도록 애플리케이션 상태를 초기화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프레임워크에서 하이드레이션은 페이지를 처음 로드할 때 상당히 큰 비용을 수반합니다. 자바스크립트를 로드하고 하이드레이션이 완료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우리는 인터랙티브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페이지를 오랜 시간 마주하게 됩니다. 이는 사용자 경험에 치명적이며 특히 디바이스의 성능이 좋지 않을수록, 또 네트워크가 느릴수록 이를 경험할 확률이 높습니다.
출처: 번역-why-efficient-hydration-in-javascript-is-so-challenging
위 글은 영문에 대한 번역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는 점을 먼저 말씀드릴게요. 하이드레이션에 대해 설명한다는 목적만 가진 채로 마음대로 쓴다면 아래와 같이 쓸 것입니다.
브라우저는 가장 먼저 HTML 요청을 합니다. 서버는 SSR(서버 사이드 렌더링)을 지원하므로, 브라우저는 텅텅 빈 HTML 아닌, 렌더링이 완료된 HTML 문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상태는 오직 HTML 밖에 없으므로 버튼 클릭 동작 등의 인터랙티브한 처리가 하나도 정의되어 있지 않습니다. 프레임워크는 브라우저에서 이 HTML이 인터랙티브할 수 있도록 기능(Javascript)을 붙이면서 초기화하는 과정, 즉 하이드레이션을 해야 합니다.
페이지를 처음 로드할 때 대부분의 프레임워크에서 하이드레이션 비용이 큽니다.(불필요한 내용)하이드레이션이 완료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면 어떻게 될까요? 옛날 기기에 인터넷까지 느린 환경에 있는 사람들은, 버튼을 클릭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침묵의 시간을 감내해야 할 것입니다. 사용자 경험이 굉장히 안좋아지겠죠.
속도가 느려도 신경쓰지 말기
이야기를 어떻게 이끌어나가야 할지 답이 안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면서 좀 늘어질 수도 있는데요, 들이는 시간에 비해 글의 양이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것도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에게 온전히 집중한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너무 진척이 안되서 답답한 기분이 들 때에는 비슷한 다른 글을 읽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마치며
쓰다보니 주제가 크게 두 가지로 갈렸습니다. 하나는 글을 쓰는 이유에 관한 내용이고, 하나는 글을 어떻게 쓰는지와 관한 내용이네요. 제게 있어 글쓰기는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라는 느낌이 있었고, 그 이유를 지금에서야 조목조목 설명하지만, 설명할 수 있다고 해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냥"이라는 말을 제목에 넣고 싶어서 요즘 유행하는 말을 가져와봤습니다.
글이란 건 힘이 넘치기도 하고, 비실비실하기도 합니다. 뉴스 한 꼭지로 심오하고 장엄한 컬럼을 쓰시는 분들도 있고, 멋진 소설과 인문학 책을 쓰시는 분들도 있고, 저처럼 인터넷 구석탱이에서 끄적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것과 아무런 관계없이 저는 글 쓰는 걸 즐깁니다.
재밌기 때문에 한참 바쁠 때마다 상상하곤 합니다. 시험이 끝나면 블로그 글을 써야지. 밀린 글을 써야지. 그런데 세상이 나를 가만히 두지 않습니다. 배워야 할 것은 산더미로 쌓여, 언제든지 무너져 내려, 나의 쇠약한 육신을 덮칠 것만 같습니다. 풀스택 개발자로 거듭나기 위하여 데이터베이스를 공부해야 하고, 글로벌하게 역량을 쌓기 위해 영어 공부도 해야 합니다. 여기저기 있는 스터디도 너무 재밌어 보입니다. 나를 가만히 두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지금 글쓰기를 선택합니다.
결론은, 댓글 써 주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