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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가을 블로그

리뷰2025년 04월 18일--views

개발자 글쓰기 모임 '글또' 10기 참여 후기

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개발자 글쓰기 모임, '글쓰는 또라이가 세상을 바꾼다'. 얻은 경험과 배운 점들을 공유합니다.

목차

글또는?

글또란 무엇인가요? 한마디로 개발자들의 따뜻한 글쓰기 모임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대빵 변성윤(카일)님의 글또 1~10기. 7년의 커뮤니티 운영 회고 글로 대체하겠습니다. 어떻게 글또가 탄생했고, 어떤 과정과 성과가 있었고, 어떻게 일단락이 되었는지에 대한 방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읽어보시길 강력히 추천해요.

시작과 끝

몇년 전 이 글또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어원 중 "또라이"라는 말이 좀 인상깊었습니다. 참여한 사람들의 회고를 찾아봤는데 다들 진심을 다해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것 같아서 나도 참여하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죠. 전 본래 글쓰기를 좋아했기에 글 쓰는 다른 사람들이 뭔가 고팠거든요.

글또에 지원할 때에는 자기소개서 같은 걸 써냈습니다. 방향성과 맞는 사람을 모집하기 위한 걸로 보여졌어요. 그 자소서에는 뭔가 대단한 걸 써내야 하는 게 아닙니다. 잠시 가던 길 멈춰서서 지금 내가 어떤 상태인지, 이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는 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진심으로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여기서부터 벌써 글또의 방향성이 묻어나오죠.

처음에는 9기를 지원했었는데 너무 대충 써서 냈는지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10기에 지원할 때는 좀 빡세게 써서 결국 통과했습니다! 야호.

기대만큼 열심히 참여하지는 못했습니다. 일이 바빠서 물리적/정서적 여유를 내기가 힘들더라구요. 그런 게 좀 아쉽네요. 일이란 무엇인가? 이런저런 생각도 많아지는데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버리고 길디 길 것 같던 6개월도 어느새 끝나버렸어요. '사람이 고팠다'라는 건 무기력함과 지침 속에서 슬그머니 사그라들었습니다.

총 기간은 6개월에, 2주에 하나씩이라면, 제출해야 하는 글은 12개가 되는데요,패스라는 제도를 2회까지 쓸 수 있습니다. 제 정량적 목표였던 "패스 하나도 안 쓰기"는 실패했지만, 다행히 한 번으로 그쳤습니다. 글또에서 제출한 글은 총 11개네요. 정량적인 성과입니다.

예치금
그러고 보니 예치금이라는 게 있있지?

따뜻함

글또의 분위기는 대빵 카일님의 철학으로부터 많이 묻어나왔습니다. 그 분위기는 한마디로 "따뜻함"이라고 저는 표현하고 싶네요. 커뮤니티가 가진 순기능을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운영진들의 노력이 뚝뚝 묻어나옵니다. 2주에 한 번 글쓰기라는 규칙도 물론 중요하지만은, 자동화된 슬랙봇, 대나무숲, 커피챗, 큐레이션, 모임, 생일자 챙기기 등등 이 커뮤니티에 펼쳐져있는 모든 요소는 긍정적인 수레바퀴 같습니다. 진심으로 글을 잘 써내고 그것이 인생과 잘 연결되도록 아낌없는 관심과 지원과 조언이 이어집니다.

공지에 쏟아지는 엄청난 이모지들. 이런 활발함은 처음 본다!
공지에 쏟아지는 엄청난 이모지들. 이런 활발함은 처음 본다!

저는 쓸모또라는 소모임에 참여했습니다. 여기서는 평일에 매일 21:00 게더타운에 모여서 각자 화면을 공유하고 글을 쓰는 시간을 가집니다. 글쓰는 습관을 만드는 소소한 목적과 더불어, 사람들의 따뜻한 격려가 격하게(!) 오갔습니다. 그 쓸모또라는 곳에서 오프라인 모임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참여했었는데요, 한사람 한사람 소중하게 생각되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강력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멋지고 유니크하고 아름다운 모임은 앞으로 제 인생에 또 있을까요?

맞지 않는 옷

글또에서 많이 들었던 생각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거였습니다. 평균적으로 저는 말이 많다 - 오지랖이 넓고 뭔가를 진심으로 대하며 불의에 저항한다 - 라고 생각했는데, 여기 와보니 딱히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제 적극성은 책임감에서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어떤 회사에서 내가 짬을 좀 먹었다고 가정합시다. 그런데 신입사원이 새로 들어왔습니다. 다들 일이 바빠서 신입을 신경 쓸 겨를이 없어도 나는 기꺼이 나의 시간을 쪼개어 신입이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책무를 다할 겁니다. 익숙한 사람이 덜 익숙한 사람을 챙기는 건 의무니까요. 신입 입장에서는 선임이 따뜻하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나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러니 신입이 나를 더 각별히 여겼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당연히 안들 테지요.

그런데 글또에서의 의무는 글을 2주에 한 번 써내기 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주고받는 관심은 책임이나 의무에서 오는 게 아니라 저 마음 깊이 있는 따뜻한 마음에서 온다고 느껴졌습니다. 특히, 생일을 챙겨주는 것 !! 😭 저는 생일을 챙기기가 어색합니다. 우리 집안은 전통적으로 생일을 잘 안챙기는 분위기였어요. 본래 부모님이 종종 자식 생일을 까먹기도 했는데 요즘은 좀 나아졌어요, 왜냐하면 달력에 표시해놓고 자주 보면서 기억을 갱신하거든요. "따뜻함"이라는 미덕을 뒤늦게 접한 저로서는요. 초-빅사이즈 코트같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기분이었습니다.

큰 코트를 입고 있는 남자
어째서인지 어색해요

여담이지만, 커피챗을 함께 했던 혹자는 특정한 상황에서 따뜻함을 문제삼기도 했습니다. (심각하게는 아님) 그분은 이력서에 대해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자리를 가졌었는데 억지로 칭찬할 거리를 만들어낸다고 느껴졌나봅니다. 자기가 봤을 때는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은 이력서였는데 그걸 말하기가 약간 곤란한 분위기였나봐요.

맞지 않는 몸

나는 어떠한 옷도 맞지 않는 몸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또 드네요. 그럴 수도 있죠~ 탓할 누군가가 꼭 필요한 건 아닙니다. 이 세상에는 나와 완전히 맞는 것도 없고 완전히 어긋나는 것도 없습니다.

글또가 나와 잘 맞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진심을 다하는 사람들의 태도였습니다. 정작 나는 진심을 100% 내지 못해서 아쉽지만, 진심을 너무나 수월하게 내시는 분들을 보면서 긍정적이고 충만한 기운을 잘 받았습니다. 많이 배웠고, 본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타 자잘한 이야기들

  • 글또의 대빵님은 데이터 분야의 전문가인데요, 그래서 그런지 피드백 받는 걸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어떤 행사를 하거나 글또 운영에 관하여 하나하나 의견과 피드백을 받습니다. 그 영향이 모든 부분에 퍼져있습니다. 어떤 참여를 한다면 그것과 더불어 피드백을 보낼 준비를 해야 할 겁니다 😁 저는 좋은 거 같아요. 나도 언젠가 뭔가를 주도하게 된다면 어떻게 피드백까지 잘 받을지를 고민해봐야겠어요.
  • 글또를 시작하기 전 메모어라는 모임에 몇달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요, 여기도 나름 따뜻함이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분위기가 정말 다르다는 게 신기하더라구요. 여긴 "성장"이라는 키워드에 맞춰져 있는데, 그래서 그런 걸까요, 반대로 뭔가 성취하지 못한다면 좀 외면받는 것들도 있었던 것 같아요.
  • 시간이 제발 좀 났으면 좋겠습니다. 말할 때마다 핑계같지만 어쩔 수 없는 걸요... 이러다가 홧김에 퇴사해버리는가 몰랑... 투덜 댈 시간에 한글자라도 더 써라! 😮‍💨
  • 인상깊은 분이 한 분 있네요. 쓸모또에서 아주 웃음이 많으신 분입니다. 그 분은 신경도 쓰시지 않겠지만, 저는 뭔가 웃음을 전파한다는 것이라는 북극성을 그 분으로 설정해두고, 가끔씩 마음속으로 되새기면서 올바르게 살아가고자 합니다. 🌟
  • 참고로 이 글에서 "따뜻"이라는 말은 10번 사용됐습니다.